미스터 칠리 선정 2012년의 영화들 by 미스터칠리


너무 늦은 감이 있으나, 그냥 넘어가기에는 섭섭하기에 뒤늦게라도 포스팅해봅니다. 2012년 가장 괜찮았던 영화를 국내, 국외로 나누어 일곱 편씩 선정해보았어요. 리뷰를 한 작품도,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네요.


국외


1. 케빈에 대하여

아주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강요받은 모성애의 고통을 표현하는 틸타 스윈턴의 연기가 지독하고 선연하게 남습니다. 사이코패스를 연기한 에즈라 밀러는 천재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아요.


2.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작품이 오랜만에 나왔습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911 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이 아직 끝내지 못한 부자 간의 게임을 마무리하기 위해 단서를 찾아 도시의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는 내용입니다. 죽음을 매개로 마음의 문을 닫은 소년이 산 사람들과의 소통을 시도한다는 이야기가 꽤 감동적으로 다가오는군요. 


3. 다크나이트 라이즈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 완결편입니다. 다시 돌이켜보니 2012년은 어마어마한 대작들이 쏟아졌던 한 해였네요. 호빗, 다크나이트 라이즈, 007 등. 영화 팬으로서 즐거운 나날들이었습니다.


4. 007 스카이폴

비록 제임스 본드가 늙을 수는 있지만 그의 사명 의식까지 낡은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것을 샘 멘데스 감독은 보여주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도 여전히 우리는 그를 필요로 하고 있군요.


5. 늑대아이

호소다 마모루의 장기가 십분 발휘되는 작품입니다. 감동의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이야기 방식은 너무나도 능숙한 그것입니다. 이 장편 애니메이션은 끝까지 보고 나면 어쩐지 어른이 된 기분이 들게 해요.


6. 우리도 사랑일까

사랑에 대해, 평범하지만 진지하고 속되지만 천박하지 않게, 나긋나긋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주 놀라운 영화입니다.
  

7. 주먹왕 랄프

제가 지금까지 접해왔던 디즈니 제작, 배급의 전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들어요. 특히 AKB48부터 OWl CITY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뮤지션들의 음악이 감명 깊었습니다. 어린이 관객은 물론, 컴퓨터나 플레이 스테이션따윈 없었을 지난 시절 골목 오락실에서 지금은 '고전'이라고 불리는 8비트 게임을 하며 성장했을 기성 세대들에게도 복고를 선물하는 의미있는 작품입니다. 참신하고 감동적이며 모든 캐릭터들은 통통 살아 숨쉬죠. 픽셀 모양으로 터지는 케이크를 보면서 그들의 상상력에 감탄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요? 올해 픽사의 메리다가 저조했던 데 반해, 디즈니가 대신 대박을 터뜨려주는군요. 정보를 모르고 봤다면, 저는 주먹왕 랄프가 픽사 제작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아리따운 공주와 백마 탄 기사를 포기한 디즈니는 텍스트를 뒤엎는 시도를 통해 픽사의 전성기 못지 않은 재치를 이 작품 안에 가득 시전했습니다.


국내


1. 범죄와의 전쟁

우리 시대 마초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을 빼놓고 2012년의 한국 영화를 말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살아 있네!


2. 건축학개론

관객들에게 지난 사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고맙고도 나쁜(?) 영화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익숙치 않아 별 것도 아닌 것들에 상처를 받고 가슴앓이하던 그때 그 시절, 찌질하지만 순수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며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죠.


3. 범죄소년

범죄소년은 놀랍도록 사실적인 작품입니다.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해서 무리한 설정이나 절정을 구겨넣지 않았어요. 조사와 자료에 충실했고, 그렇기에 이토록 다큐적인 작품이 탄생했을 것입니다. 사회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어떤 경로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궁금하신가요? 범죄소년을 보세요. 문제는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4. 광해

잘 만든 대중 영화의 정석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재밌고 지루할 틈이 없죠.


5. 피에타

김기덕 감독님에게 박수를.


6. 은교

장편 소설의 문학적 리듬과 호흡이 살아있는 영화입니다. 특히 은교 역을 맡은 김고은의 연기가 좋아요. 보는 것만으로 안타까운 십대의 싱그러운 무엇, 소유하고 싶은 그 순백의 아름다움을 대사로 또 신체로 아주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7. 도둑들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이런 장르를 다루는 데 역시 최동훈 감독만한 인물도 없겠죠. 많은 배우들이 제 각각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게 중구난방으로 느껴지지 않아요. 그것 자체만으로도 놀랍습니다. 그의 탁월한 감각 덕분이겠죠. 이야기를 조율하는 그의 솜씨는 전우치의 도술과 다름 아닙니다.


2012년 가장 재미있게, 혹은 인상깊게 보았던 14편의 영화를 정리해봤습니다. 올초부터 건강 문제로 인해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마지막으로 극장에 가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군요. 놓친 영화들이 너무 많아요. 베를린부터 신세계, 7번방의 선물 등.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 분명합니다.




덧글

  • 2013/04/23 23:4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4/24 13:4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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