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2012 by 미스터칠리



웅장한 대서사시입니다. 혁명의 기운이 감도는 프랑스를 무대로 한 인간의 일생을 노래하고 있죠. 배우들의 라인 업만 보면 당장 안 보는 게 손해처럼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휴 잭맨, 러셀 크로, 앤 헤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헬레나 본햄 카터, 샤차 바론 코헨 등.

대사의 대부분이 노래로 처리되는 송 쓰루(song through) 필름인데, 이런 류의 뮤지컬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무대와 연기가 구별되는 진행을 선호하는 편이라서요. 가끔 어떤 대사들은 노래로 이야기된다는 것이 좀 웃기게 들리더군요.
 
뜨거운 영화임에는 틀림 없지만 지루하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종종 있습니다. 레미제라블은 좋은 이야기와 훌륭한 노래들을 갖췄지만, 제시하는 방법이라는 게 거의 고정된 카메라를 앞에 두고 클로즈업 된 배우들이 별다른 액션 없이 노래로 호소하는 것들이라 밋밋한 감이 있습니다. 헐리우드의 다른 뮤지컬 영화를 떠올리시면 안돼요. 시카고도, 헤어스프레이도, 드림 걸즈도, 나인도, 하이스쿨 뮤지컬은 더더욱 아닙니다. 발랄하고 경쾌한 댄스도, 오차 없이 기계처럼 움직이며 합을 짜내는 군무도, 다양한 컬러도 화려한 연출도 없습니다. 아주 진지한 이야기거든요. 인간 내면의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죄의 무게를 결정짓는 법에 대한 이야기이며, 혁명을 꿈꾸는 청년들이 죽음을 각오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때문에 정적인 분위기 안에서 배우들의 클로즈업은 끝없이 반복되고, 모든 주요 배역들은 최소한 한 번 이상 솔로로 당신 내면의 생각들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 유머러스한 활력이 감도는 순간은 오직 샤차 바론 코헨과 헬레나 본햄 카터가 노래하는 순간들 뿐입니다. 그 외에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숙연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요. 별 다른 각색도 없습니다. 마치 1960년에 만들어진 영화같아요. 연출이 클래식하게 느껴집니다.

뭐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볼만한 영화입니다. 지루함을 견디고 몰입한다면, 가슴에 진하게 와닿습니다. 동시 녹음으로 인해, 다른 뮤지컬 영화에 비하면 배우들의 노래 실력이 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경향이 없잖아 있습니다만(러셀 크로는 사실 노래를 훌륭하게 한다고 칭찬하기는 어려운 수준이에요) 그래도 다들 진심을 담아 부르고 또 연기하죠. 특히 전 에포닌이 연기하는 씬, 그리고 그녀가 노래하는 부분에서 마음이 굉장히 요동쳤습니다. 그녀는 이 이야기 안에서 판틴 못지 않게 동정이 가는 캐릭터예요.

아무튼 장발장의 이야기를 영화로 접하는 것은 괜찮은 경험이라고 생각됩니다. 뮤지컬 영화가 담보하는 유쾌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기대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말입니다.


덧글

  • 남선북마 2012/12/21 14:29 # 답글

    어느 리뷰에서나 러셀크로는 (안좋은 쪽으로)언급이 되네요.. 사람들 듣는 귀는 다 비슷한가 봅니다.
  • 미스터칠리 2012/12/21 18:43 #

    목소리가 참 좋은 배우인데, 뭔가 대충 부른다는 느낌이 자꾸 들어요. 물론 일부러 그러는 것은 절대 아닐테고 그냥 본인의 실력 문제이겠지요.
  • 워니원 2013/12/07 18:17 # 답글

    영화관에서 볼때는 정말 지루해서 화가 났었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을 수 없던 노래
    I dreamed a dream.
    앤 해서웨이의 소름돋는 연기력이 돋보입니다. (배우에 대한 현지 평판은 그닥 안 좋다지만..)
    이 부분을 잊을 수가 없어서
    뮤지컬 영상을 다운받아서 봤답니다.
    뮤지컬로 보면 송스루 방식이 그렇게까지 어색하지는 않더군요.
    그저 장발장으로만 유명해진 레미제라블. 어린 시절엔 장발장이 불쌍하다고 느끼곤 했었는데
    사실 크고 나서 보니 그렇게까지 장발장 편을 들고 싶진 않습니다.
    기껏 살려준 성당의 촛대까지 훔쳐가려던 양반이죠 ㅋㅋ
  • 미스터칠리 2014/01/13 00:27 #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옛 말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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