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2012 by 미스터칠리


호화로운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군요.

가디언즈는 눈이 호강하는 영화입니다. 입체감있는 그래픽과 다채로운 컬러가 찬연하고 유연한 그래픽 모션은 거의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죠. 스크린 가득히 펼쳐지는, 공 들여 디자인한 상상의 세계는 그 자체로 미술적 가치가 빼어난 하나의 완성품입니다. 특히 이 영화는 액션의 속도감이 대단해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스크린에 집중하지 않으면 프레임을 따라잡는 것도 거의 노동으로 느껴질 정도의 수준이죠.

하드 웨어가 이만큼 훌륭한 영화인데도 큰 매력을 못 느끼는 이유는, 소프트 웨어의 익숙함에서 오는 싫증 때문입니다.

픽사가 이제까지 운위된 적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로 창의적인 컨텐츠 모델의 개발을 제시한다면, 드림웍스는 주로 스토리 원형을 발굴해 흥미롭게 각색하고 다듬는 쪽입니다. 가디언즈 역시 비슷한 계보를 잇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서양에서 이미 꽤 유명한 인물들이죠. 산타, 이빨 요정, 샌드맨, 그리고 동장군 잭 프로스트. 이 동화 혹은 전설 속의 인물들이 사실은 아이들의 꿈을 보호하고 가꿔주는 수호자들이라는 설정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들 가디언즈를 노리는 악이 창궐하면서 갈등이 대두되죠.
 
드림웍스의 작품들은 픽사에 비해 다소 클리쉐가 강합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과 공통적인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전개와 마무리 특히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저는 드림웍스 작품 중에서는 메가마인드를 가장 좋아해요. 가디언즈는 메가마인드에 비하면 아이디어의 핵심이 약하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적을 물리친다? 물론 소중한 주제이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운위되어야 할 이야기가 분명하지만, 이를 스크린에 더 재치있게 담을 수도 있었을 것 같군요.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 가족 단위의 관객을 노린 작품이니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주제의식을 살릴 수 있는 어떤 재기발랄함의 가능성을 믿고 있었거든요. 제가 최초로 환호성을 지르게 만들었던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의 재치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돈이 아깝지는 않으실 겁니다. 화려한 애니메이션이고, 가족들이 함께 즐기기에는 뭐 부족함이 없죠.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는 아닙니다. 순수한 동심, 보편적인 인류애도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따라 감정이 동하는 때가 있고 단순히 싫증이 날 때가 있습니다. 가디언즈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저에게는 아직 토이 스토리3가 최고인 것 같군요.

덧글

  • 2014/10/22 04:38 # 삭제 답글

    보통 내가 블로그에 글을 읽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이 쓰기까지 매우 확인하고 이렇게 저를 강제로 말을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쓰기의 맛이 저를 깜짝 놀라게하고있다. 감사합니다, 아주 좋은 게시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mouse bl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