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몽, 2016 by 미스터칠리


감독들이 연기를 한다. 감독은 필름 바깥에서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이지 세계 안에서 기능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니 이 영화가 아무리 상암과 수색으로, 북과 남으로, 정장 입은 사람과 동네 백수로, 동물원 우리 안과 바깥으로 경계를 내세워도 결국 그 이야기를 연기하는 사람들이 감독인 이상 그어진 모든 선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래서 춘몽은 더욱 더 경계를 이야기한다. 영화와 영화 바깥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져내렸는데도 여전히 삶을 분절적으로, 마디 마디 나누어 볼테냐고. 영화와 영화 바깥, 꿈과 현실, 그 사이 몹시도 흐릿한 어딘가에서 그저 유영하면 안되겠냐고.

익준에게, 종빈에게, 정범에게 예리는 세상의 풍파를 나눠받아 함께 이고 싶은 참한 동생, 나같은 병신에게도 다정한 시선을 던져주는 고마운 세입자,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도시에 혼자만 똑 떨어진 느낌을 희석시켜주는 또 다른 이방인이었다. 그리고 주영에게는 말 그대로, '시'였을테고.

세 남자와 한 여자가, 예리라는 봄날의 꿈을 꾸었다. 그래서 춘몽인가보다. 깨어나고 보니, 지난 밤의 꿈은 벌써 흐릿하고 세상은 이렇게나 찬연하고 또렷하다. 더할나위 없이 컬러풀하게. 그저, 꿈에 대한 인상만 남았다. 아마 꽤 서글펐던 꿈이었던지, 깨고 난 지금도 이렇게 감정이 남았다. 그리고 그 여운때문에 아마 익준은 바보같은 짓 안하고 그냥, 그렇게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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