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담벼락을 따라 오르막길을 걸었다. 모퉁이를 지나 금당산 초입에 다다른 순간, 드넓게 펼쳐진 엄마의 밭이 한 눈에 들어왔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뜨거운 무엇 한 덩이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감동이었다. 진정 엄마 혼자의 힘으로 일구어냈단 말인가. 그것은 밭이라기 보다, 비현실적인 찬란함이 서린 하나의 정원에 가까웠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다란 규모에 훨씬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깔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그 곳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벅차 오르는 어떤 결실이었다. 한 낮의 여름 햇살에 반짝이는 그 초록의 세상이 이토록 신성하고 경이로울 수가 없었다. 수박, 호박, 가지, 방울토마토, 상추, 풋고추 등등 온갖 과일과 채소들이 가장 건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그 곳에서 길러지고 있었다. 감히 내가 꿈 꿔 본적 없었던 어떤 낙원. 오로지 엄마의 손으로 창조한 낙원. 그녀의 공허한 속을 채워줄 수 있었던 최후의 마지막 하나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 밭이 엄마를 살린 것이다.
덧글
맛은 어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