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관계 by 미스터칠리

 

남자들의 세계에서 보다 나이 많은 남자가 보다 나이 어린 남자한테 설정되는 지점은 보통 두가지다. '롤모델'로서 기능하거나, '친구'로서 존재하거나.

전자에는 책임이 따른다. 인생 몇 년 더 산 선배로서 조언과 밥값의 의무가 있다. 후배들의 존경을 사는 대신 그들보다 도덕적으로 금전적으로 우월해야하며 하나의 리더로서 그들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물론 보다 많은 사회적 경험과 앞선 취업은 당연한 이야기가 되겠고, 뚜렷한 방향을 가진 어떤 아이콘의 성격으로 존재해야 한다. 어린 남자들은 갖은 고민거리 보따리로 싸들고 찾아와 나이 많은 남자에게 털어놓고, 나이 많은 남자는 현자에 빙의하여 경험과 구라를 5:5로 비율로 섞은 조언을 통해 존경심을 획득한다. 어린 남자는 존경심과 선망을 지불하고 대신 공짜 술을 얻어 먹는다. 

후자는 말 그대로 '동네 친한 형', '편한 과 형', '어쩌다 알게 된 좋은 사회 형'으로서 기능하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애초에 나이 더 먹은 대접과 존경에 대한 갈구를 포기해야 한다. 후배들의 사고와 시각을 본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그는 리더가 될 자격이 충분하므로 전자가 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본인 스스로가 몇 년 덜 산 후배들의 사고와 시각에 '나'를 맞추며, 물리적 나이는 거세되고 관계는 평형으로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 서로에게 작용하는 힘의 정도는 동일하다. 부담은 없지만 관계는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모멸과 친밀을 넘나든다. 나이를 더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와 같은 위치에서 자기와 비슷한 수준을 지닌 동종을 바라보는 나이 어린 자들 속마음에는 일정한 정도의 괄시와 경멸이 머물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든 달갑지 않다. 전자는 부담스럽고, 후자는 짜증스럽다. 그래서 '아는 동생' 만드는 게 불편하다. 나는 롤모델이 되고 싶지도 않고, 현자로 기능할 재주도 없으며, 나이 어린 사람한테 나를 맞추기에는 너무 피곤한데 괄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전화 두 통 안받고 일말의 죄책감에 시달리며.







덧글

  • 2014/03/20 22:3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3/21 00:4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3/21 01:3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3/21 01:4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스르르 2014/04/09 20:37 # 삭제 답글

    아...뭔가 폐부를 찌르는 글이네요 ㅠ 훅 들어왔습니다 흑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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