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by 미스터칠리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화상을 통한 비대면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 나의 존재와, 내가 하는 일과, 지금 내가 설명하는 것들에 일말의 관심도 없을 스물 세 명의 대학생을 상대해야만 했다. 이런 날 나는 카페인과 당을 허용치 이상으로 흡입한다. 높은 혈당과 카페인 과다 상태의 나는 말과 호흡이 빨라지고 사용하는 어휘의 범위 또한 훨씬 풍부해진다. 

더불어 약간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된다. 그러니까 이건 공포에 기인한 행동방식이다. 카페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ZOOM 안을 공허하게 맴도는 내 자신이 부끄럽고 불쾌하기 때문이다.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의 초점이 나를 향해있지 않다는 생각, 나의 이야기에 흥미와 관심을 잃었다는 생각이 사고를 지배하는 순간 모든 텐션이 떨어지고 도망치고 싶어진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즐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어쨌든 남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하나는 기똥차게 했는데. 긴장하지 않고, 어조와 속도는 적절했고, 발화하는 어휘는 적확하고도 지적이었다. 지금은 좀 망가졌다. 모든 게 흐리멍텅하고, 빨리 도망치고 싶다. 남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게 곤욕이 되어버렸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자신 있던 것도 자신이 없게 된다. 이건 좀 억울하다.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가 늘거나 생겨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아니다. 늙는 건 모든 걸 다 잃을 뿐이다.

한 사발쯤 되는 커피와 한 소쿠리 정도 되는 킨더 초콜릿을 먹어 치운 저력으로, 나는 그들이 듣건 말건 이해하건 말건 청중 대신 청중의 머리통 위 30센티정도 되는 허공에 속사포처럼 내가 할 말을 다 쏟아낸 다음, '질문 있으신가요? 질문 없으시죠?(제발 없어라)'로 마무리를 해버린다.

- 저 질문 있는데요.

가끔 이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나는 한 번 호흡을 고르고 질문을 던진 이가 누구인지 빠르게 모니터 화면을 살폈다. 머리가 긴 여학생이었다.

- $#%다고 하셨는데요, 그럼 $%@!이 @!@%로 된다는 말씀일까요? 저같은 경우는 @!@%를 하는 상황이라서 @!@%는 할 수가 없거든요. !@#%%는 규정은 없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질문하는 내용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 학생이 믿을 수 없을만큼 J를 닮았기 때문이었다. 노트북에 딸린 번들 카메라의 열화된 화상이 간섭했겠지만 그걸 감안하고라도 정말, 정말 닮았다. 신기한 건 목소리와 말투 역시 꼭 닮아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류의 유전자가 있는게 아닐까. 이런 유전자가 발현된 사람은 생김새와 체형이 어떠하고, 성격과 말투까지 어떠한 그런 특정한 유전자가 있는 걸까. 그렇다면 혹시 저 아이는 J의 가족은 아닐까. 우리가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게 12년 전이니 당연히 딸내미는 아닐 것이고, 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나는 사촌 동생? 또는 조카쯤 되는 건 아닐까. 

나는 그 학생의 질문에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허망한 답변을 대충 해주었고 그녀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 갸웃거렸지만 추가질문이 곧 이 시간이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다른 학생들에게 민폐가 되리라는 자각이 있었던지 그냥 입을 다물었다.

교육을 마치고 나는 카카오톡 목록을 뒤졌다. 오늘 회의에 참여한 학생들의 연락처가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동기화되어있을 터였다. 그녀의 프사를 찾아냈는데, 사진은 훨씬 더 닮아있었다. 나는 좀 기묘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진짜 J는 아닐까. 사실 그녀는 뱀파이어였던 것이다. 늙거나 죽지 않기에 주기적으로 신분을 세탁하고 새로운 삶을 반복해서 살아가는 뭐 그런. 12년 전 내가 만났던 J는 41번째 신분이었고, 다시 또 시간이 지나 지금 이 학생으로 새롭게 변모해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갑자기 J의 현재 삶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결혼은 했을까. 아이는 있을까.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하루종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뒤졌지만 그녀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흔적 찾기에서 멀어질수록 아까 그 학생이 진짜 J는 아닐까 싶은 괴상한 망상이 나를 사로 잡고 있음을 깨달았다. 안되겠다. 이번 주에는 병원을 가야겠다. 약을 너무 오래 끊었다.




학벌주의가 더 심해졌으면 좋겠다는 고대생 by 미스터칠리


본인이 그만큼 피땀흘린 노력을 통해 얻어낸 성취이고,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인만큼 명문대 타이틀에 연연하는 마음도 특권의식에 함몰 된 상황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만...거시적 안목에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와 제도를 함께 살폈다면 이토록 편의적으로 주장을 펼치기 어려웠을텐데, 지나치게 개인적인 차원의 논리에 머물러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황당무개한 소리가 되어버렸네요.

① 굳이 제도적으로 제한하지 않아도 현 사회에서는 이미 학벌 혹은 학력 수준에 따른 진로의 기회 내지는 박탈의 상관계수가 시장논리 아래 정착이 된 편 

② 저학력자가 고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펼친 노력과, 본인이 명문대를 가기 위한 노력은 무엇이 다른가? 왜 저학력자가 전개한 노력의 질은 차별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 부재. 노력의 필요성을 깨닫는 시기가 천편일률적일 수는 없음. 누군가는 10대에 노력을 해서 명문대에 가지만, 누군가는 20대, 30대에 노력을 해서 다른 결과물을 얻을 수도 있을 것. 타이밍의 문제. 

③ 공무원부터 기업까지 학벌 구분에 따른 지원 가능 직렬을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싶다면 역으로 기회의 평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도출 됨 → 그만한 수준의 기회적 평등과 사회적 합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사교육 제한, 지역별 공교육 수준의 평준화 등의 무수한 이슈들이 뒤따라 옴. 본인은 사교육이나 부모지원의 혜택을 누리지 않고 100% 본인의 노력만으로 명문대에 입학한 것이 확실한가? 

④ 타고난 재능과 운의 유무를 고려하지 않음. 만약 진로의 기회가 곧 <노력>의 유무와 직접적 관계를 맺고 있다면, 본인보다도 더 피땀눈물 섞인 노력을 펼쳤음에도 수능 당일 사고가 있었거나, 머리가 좋지 않아 명문대 타이틀을 성취할 수 없는 이들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역으로 타고난 학습 유전자 덕으로 손 쉽게 스카이에 입학할 수 있었던 사람은? 그들 또한 노력을 전제로 한 댓가(제도적 혜택)을 누리는 것은 정당한가?

정량화하기 힘든 요소들을 배제하고 단순히 <명문대를 간 사람은 노력을 많이 한 사람이므로, 비명문대와 차등을 두어 명문대 졸업자가 공식적으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통제하고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저 주장은 매우 위험하고 괴이하며 전체주의적인 발상임.




함부로 꾸미면 안되는 이유? by 미스터칠리




전혀 이성적인 호감이 없던 남자로부터 '오로지 이 커피타임만을 위해 이만큼이나 꾸몄다'는 느낌을 받는게 여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자연스럽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왔을수는 있습니다. 

만약 남자가 평소와는 다르게 어느정도 드레스업한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 이미지 전환을 유도하고 싶었다면 적절한 핑계를 하나 붙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요. 

약속 잡기 전에 '그 날 내가 저녁에 중요한 발표 모임이 있어서 or 친누나 상견례 자리가 있어서 몇시만 가능할 것 같은데 그때 괜찮아?' 그런 후에 저렇게 드레스업하고 나타나면 여자 입장에서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다른 일정'을 위해서 저렇게 꾸민 것으로 받아들이고 부담이 줄어들며 그동안 못봤던 새로운 모습에 약간의 호기심이 생기기는 개뿔 그래도 안생깁니다 와꾸가 문젭니다 와꾸가 와꾸가 좋으면 빨강내복을 입고나타나도 다 성사됩니다. 

- 이상 대학시절 소개팅 스타트업 창업하고 말아먹은 경험이 있는 전 대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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